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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절차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경매관련 제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나 그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해 경매시장에서 악용되거나 전혀 무용한 것들이 상당수 있다. 이번 회차 칼럼에서는 그들 중 하나인 부동산관리명령이라는 제도를 알아보기로 한다.

 

경매절차에서 인도명령이라 함은 낙찰부동산에 대해 점유자(채무자, 임차인 등)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인도를 거절하는 경우 낙찰자가 낙찰대금 납부 후 6월 이내에 법원에 인도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이 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도록 명하는 것을 말한다.

 

인도명령은 낙찰부동산에 대한 인도를 공권력을 빌어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찰자에게 점유자와의 인도(또는 명도)협의에 있어서 우월적 지위를 갖게 해주는 매우 유용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유치권자나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처럼 인도대상 부동산을 점유할 정당한 권원을 가진 점유자를 제외한 나머지 점유자의 경우 인도명령절차를 통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인도명령 신청은 낙찰자가 대금을 납부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매부동산이 낙찰되고 대금납부까지 통상 1.5개월 - 2002년 7월 1일 민사집행법이 시행된 후 대금납부기일제가 기한제로 바뀌고 나서는 약 1개월 정도로 당겨졌지만 - 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낙찰부동산이 낙찰자의 관리를 벗어나 있게 되고 또 그 기간 동안 악의의 점유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에 대한 훼손(법률상의 처분행위, 사실상의 행위 등)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훼손은 아파트나 연립ㆍ다세대 등 공동주택은 물론 여타 종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상가나 공장, 토지 등 점유자가 없거나 공실상태의 종별에서 더욱 빈번하다. 

 

이러한 훼손 가능성에 대비하여 민사집행법은 인도명령과는 별도의 부동산관리명령제도를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에게 들어오는 경매관련 상담사례 중에 낙찰부동산의 훼손을 염려하여 그 대책을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부동산관리명령제도가 별로 실효성이 없거나..

 

암튼 부동산관리명령은 낙찰자가 매각허가결정(낙찰 후 7일)을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고 그 부동산의 인도를 받을 때까지 사이에 채무자인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훼손하는 경우 그 부동산의 가치가 감소되어 매수인이나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낙찰자나 경매신청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하여 그 관리인으로 하여금 해당 부동산을 관리하게 하는 제도로 엄연히 민사집행법(제136조 제2항)에 규정돼 있다.

 

부동산관리명령을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신청은 낙찰자 또는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만 할 수 있다. 관리명령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일내에 재판을 통해 관리의 구체적 내용, 부동산의 종류, 위치, 구조 등을 고려하여 적임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관리인의 자격에 관하여는 법률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신청인이 적임자를 추천할 수도 있으나 채권자나 채무자 또는 매수인을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는 없다. 특히 매수인을 선임하는 것은 대금지급 전에 부동산을 인도하는 결과로 되어 인용되지 않는다. 통상 집행관이나 변호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관례이다.

 

선임된 관리인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는 관리명령에 기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매각부동산의 인도를 구하고 해당 부동산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해 관리에 착수하게 된다. 그 관리의 범위는 부동산의 보존ㆍ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위에 한정되고 제3자에게 사용대차하거나 임대차하여 차임을 얻는 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관리명령에 기한 관리인의 임무는 낙찰자가 낙찰대금을 모두 납부하고 관리인의 관리하에 있는 낙찰부동산의 인도를 청구한 때에 종료된다. 낙찰자가 낙찰부동산의 인도를 청구하면 관리인은 관리사무를 청산하고 그 부동산을 낙찰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이때 낙찰자는 대금을 완납한 것을 증명하여 관리인으로부터 인도를 받으면 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인도명령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낙찰부동산의 관리에 돌입했다는 것은 이미 관리인이 채무자로부터 낙찰부동산의 관리권 내지 점유를 넘겨받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도명령 절차 이전에 인도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이 제도의 취지만 십분 활용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낙찰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어 낙찰자에게는 매우 유익한 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동산관리명령제도가 그리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부동산관리명령제도에는 그럴만한 문제가 숨겨져 있다.

 

관리인이 선임되면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점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채무자에게서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야 된다. 그러나 대금납부 후 거치는 인도명령 절차에서도 순순히 강제집행에 응하는 점유자가 많지 않은데 어느 누가 낙찰자가 대금도 납부하기 전에 부동산을 순순히 인도하겠는가 말이다.

 

특히 관리명령이 채무자가 관리인에게 낙찰부동산을 임의로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 그 인도를 강제할 권한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에 낙찰자 또는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인도명령에 준하는 명령을 추가로 발하여 인도를 강제할 수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낙찰부동산을 점유할 정당한 권원(유치권자,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점유자를 대상으로는 인도명령에 준하는 명령을 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민사집행법 시행 후 대금지급기한제 시행으로 대금납부가 통상 낙찰 후 1개월 이내로 앞당겨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명령을 발하고 인도거부에 따른 추가 명령을 발하기까지 그리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그 시간이면 이미 대금납부를 하고도 남을 시간이라 관리명령보다는 인도명령 절차를 통해 강제집행에 돌입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점유자가 있는 부동산보다는 점유자가 없는 부동산에 일부 적합한 제도라고 할 수 있지만 점유자가 없는 부동산에 굳이 비용을 들여 - 관리인 보수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관리명령 신청자가 부담한다는 것이 통설 - 관리명령을 신청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경매가 점차 대중화되고 재테크 수단화될수록 경매물건에 대한 고의적 훼손 가능성도 점차 옅어진다는 측면에서도 더욱 그렇다.

 

경매대중화, 입찰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적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취지를 십분 공감하기 위해서는 단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이에 못지않게 그 제도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자료제공:  닥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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